치아를 크라운으로 씌우거나 금 또는 세라믹으로 인레이를 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레진이나 아말감 등으로 치아를 때운 분들도 있고, 임플란트를 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를 해 넣을 때’ 환자는 “얼마나 쓰느냐? 평생 쓰느냐?”라고 궁금해합니다. 또 예전에 해 놓은 보철물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를 궁금해합니다.
젖니가 빠지면서 나오는 치아를 영구치(permanent tooth)라고 합니다. 이름대로라면 평생 써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평생 제 역할을 못 하고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물주가 만든 영구치도 그럴진대, 사람의 손으로 만든 크라운이나 인레이 등이 영구적으로 제 역할을 하기는 힘든 일입니다.
간혹 오래 쓰면 금 크라운에 구명이 생기기도 하고 세라믹이 깨져서 새로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철물의 수명을 좌우하는 것은 보철물을 치아에 붙이는 접착제에 의해서 좌우됩니다. 만약 크라운이나 인레이를 치아에 치과접착제로 붙여서 입안이 아닌 바깥에 얌전히 전시하는 상태로 둔다면 수명이 반영구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입안은 늘 전해질 용액인 침으로 젖어 있고, 온갖 화학물질인 음식물이 시도 때도 없이 들어갑니다. 교합력이란 엄청난 힘이 가해지고, 심지어 뭘 안 먹을 때도 꽉 물거나 이를 갈아서 엄청난 하중을 견뎌내야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입안의 수많은 세균들이 가세해서 생물학적 분해까지 일어나는 환경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좋아졌다고 하는 접착제를 써도 7년에서 10년 정도가 지나면 붙여놓은 접착제가 서서히 균열이 일어나 부서지고 녹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접착제가 미세하게 녹으면 미세누출이 일어나서 크라운으로 씌워진 치아가 구강 내 환경에 노출돼 썩기 시작합니다.
이것을 치과에서는 2차 치아우식증이라고 합니다. 접착제가 조금 녹았을 때, 크라운이나 인레이가 빠지면 깨끗이 청소해서 다시 붙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2차 우식증이 진행됐다면 치료를 다시 하고, 크라운이나 인레이를 새로 제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접착제가 녹고 우식증이 진행됐는데 보철물이 빠지지 않고 멀쩡해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상태가 오히려 보철물이 빠지는 것보다 예후가 안 좋습니다. 안에서 푹 삭아 버려서 발치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크라운이나 인레이를 한 지 10년 정도가 되면 제거하고 새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보철물을 뜯어 내는 결정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자칫 잘못 권하면 과잉진료로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드물지만 30년이 된 보철물을 제거해도 안에서 접착제가 녹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환자가 한 치과를 평생 다니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래서 어떤 치아를 언제 했는지 기억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몇 년 전에 왼쪽 위에 몇 번째 치아는 몇 년도에 어느 치과에서 했고, 오른쪽 아래 몇 번째 치아는 몇 년도에 했다는 기록을 한 환자분을 진료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분은 해당 치아가 의심될 경우 보철물을 제거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증상이 있고 겉으로 보기에도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이런 정보 없이도 제거를 결정하지만, 환자가 얼마 안 됐다고 생각하고 뜯어내기 주저하는 상황에서 기존 보철물을 제거하기는 어렵습니다. 보철물은 보통 엑스레이가 투과하지 못하는 금속인 경우가 많아서 크라운 속에서 생긴 문제를 잡아내기 어렵습니다.
얼마 전 20여 년 전에 친구에게 해줬던 금인레이를 뜯어냈습니다. 7~8년 전 반대편에 했던 인레이들은 제거하고 새로 했는데, 그 사이 친구가 미뤘던 부분을 제거했습니다. 두 개는 다시 인레이로 치료했는데, 하나는 2차 우식증이 좀 깊고 아파해서 신경치료 후 크라운을 했습니다.
했던 보철물을 뜯어내고 다시 하게 되면 조금씩 치아 삭제량이 많아지고 커집니다. 그렇다고 제거와 재치료 시기를 놓치면 일이 더 커집니다. 불필요한 치료는 당연히 지양돼야겠지요. 그러나 오랜 시간 환자들을 보면서 알 수 있는 것은 치료받으면서 적기에 치아를 관리하는 분들이 평생 많은 자기 치아를 갖고 씹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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